SF가 다시 그리워졌다
판타스틱4월호 리뷰입니다.

언젠가 제 이웃 모님께서 창간호를 사고 이런 잡지가 창간되었습니다. 하며 포스팅 하셨을 때 '음, 그래? 흥미가 동하는군 기회가 되면 읽어보지.' 하고 재껴 놓았었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가 오게 되었습니다.(렛츠 리뷰가 아니라면 제가 만화외의 도서를 읽을 기회가 있을지....) 사실 신청할때는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신청을 했었는데 렛츠리뷰에 올라온 표지는 바비 인형이 있는 표지였어요. 그 책이 올줄 알았더니 일본 고양이 인형이 둥둥 떠다니는 표지라서 조금 당황+실망. 그렇지만 꼼꼼히 표지를 살펴 보니 배경은 중세 일본의 었지만 고양이 인형 뒤에서 외계인이 지구인을 납치하고 있지 않겠어요?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이 새어버리더란 말씀. 과연 퐌따스틱하군요. 엘레강스한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후르륵 넘겨봤더니 앗! 권교정님 만화가 있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예전에 어디선가 연재되던 작품 읽었던 기억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까맣게 기억이 안나는 상태로 그냥 이번 회를 읽었지요. 전혀 내용 연결이 안됐지만 특유의 조금 헐거운 듯한 캐릭터들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허나, 여전히 너무 허하네요. 선이 가늘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신다 하셨는데 전 선이 가늘어도 좋지만 좀 더 역동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차치하고 그 다음엔 이어져 있는 <망고가 있던 자리> 라는 '공감각인'들에 대한 글을 만화화 한 작품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컷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고 한페이지 컷수가 너무 많은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이 다 비슷비슷해서 좀 헷갈리는 부분도 있고요. 작품 자체는 좋았습니다만 만화는 내용이 다가 아니죠. 그 작품을 통해서 처음으로 '공감각인'이라는 사람들이 실제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전에 유시진님 만화 <마니>에서 그런 캐릭터가 나왔었는데 실제 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확실히 불편한 점은 있겠지만 재미는 있겠어요. 동생의 말대로 축복을 받은 거죠. 모든 사물, 문자, 소리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색, 맛, 감각으로 다가 온다면 와, 그건 상상만 해도 신비한 경험 일거 같아요. 하지만 인간은 다 자신이 원하는만큼 자신이 아는 만큼 세상을 받아들이니 그다지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나 생각해요.

일단 만화를 읽었으니 아아 글자 뭉텅이는 읽기 싫으네 하며 미뤄뒀습니다. 그러다가 반신욕을 하면서 소설을 읽기 시작. 모든 작품을 다 읽지는 않았어요. 만화는 내용이 이어지지 않아도 읽을 수 있지만 소설은 그럴 수 없답니다. 마침 또 연재 되는 작품들이 다 완결되는 타이밍이라 문제 해소되는 부분만 읽고 싶지 않아서 단편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너희 좀비들> 첫회 연재가 된 <황야의 길가메시> 이 세 작품만 읽었습니다.
먼저 배명훈님의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는 웃겼는데 말이죠 마냥 웃을 수 많은 없어서 기분이 참, 거시기 했습니다. 정말 오래 살까봐 욕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던데요. 음, 근데 그 뿐. 동면기계를 발명 할 바엔 살인 로봇을 연구해서 그이를 죽여버리지 그랬어요.^^
<너희 좀비들>은 번역 작품으로 그,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입니다. 제가 어릴 때 닥치는 대로 문자를 읽어대던 시절에 <미래로의 여행>이라는 시간여행물을 정말 좋아해서 몇번이고 읽고 읽다가 이사로 책을 분실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어요. 문득 문득 그 글이 그리워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열망으로 웹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찾을 수가 없었죠. 제목이 틀렸던 거에요. <여름으로 가는 문>이 원제였습니다. 어린이용 SF문고였던 터라 저런 철학적인 제목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겠죠. 저도 원제를 알고 나서 어리둥절 했습니다. 과연 그 책이 맞을까? 제목을 알아냈지만 구하기가 여한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중고서적을 뒤진 보람이 있게 지금 제 책장에는 <여름으로 가는 문>이 꽂혀 있습니다. 누리끼리한 옛책이지만 그 책을 손에 넣었을 때는 빨간머리앤 전집을 샀을때보다 더 기뻤어요. 그 책을 구하려고 애쓰면서 로버트 하인라인의 위명을 알게 되었습니다. SF소설계의 거장이라고. 뭐든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 저로선 그렇나보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다시 하인라인의 이름을 보니 참 반갑더라고요. 작품은 역시 <여름으로 가는 문>과 같은 시간여행물이었는데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셋이 결국 다 한사람이었다는 것은 여태의 시간여행물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이라 조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다른 시간에서 실존하는 인물이 동시간에 머무는 작품은 많았지만 만나서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건 물리라곤 잼병인 저로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가장 미래의 나는 왜 과거를 알면서 그래야 했는지? 미혼모라서? 어려웠어요.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계속 머리속에 떠올리고 되새김 하면 책은 손에서 떠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실로 머리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황야의 길가메시>는 아주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순하지만 열정적이며 자존심이 강한 고대의 전사. 문장도 술술 읽혀요. 이런 작품 정말 좋아해요. 문학적 역사적 소양이 참 부끄럽게 부족한 저는 길가메시를 몰랐어요. 뿐만 아니라 거기 나오는 대부분의 역사적 인물을 몰랐어요. 음, 카이사르 정도는 들어 본 적이 있지만. 그래서 이해가 부족한게 좀 답답한 경향이 있지만 다음 내용이 아주 궁금해지는군요.

그리고 관심이 개똥만큼도 없던 몇가지 기획기사와 듣도보도 못한 작가 인터뷰를 모두 한글자 빠짐 없이 읽었습니다. 몰라도 재미 있었어요. 이산 정조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도 무엇보다 사도세자가 단지 영조가 미쳐 억울하게 죽은게 아니란 것과 어린시절 봤던 사극드라마 <하늘아, 하늘아>에서의 착한 혜경궁 홍씨가 사실은 생각만큼 착한 것도 아니었다는 것(하희라씨는 한 없이 착하고 불쌍해 보였는데)은 역시 역사 속의 인물들은 정치적 이유 없이 움직이지 않는건가! 하는 깨달음을 줬습니다. 마치 책 선전이라도 하듯 줄줄 작품이 늘어져 있던 한페이지 칼럼? 그 글은 좀 짜증이 났지만요. 짧은 지면에 과한 양의 정보가 채워져 있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아요.
침투와 확산이라는 일본 SF 30년을 돌아본 기획기사는 단 한가지 한국의 SF는 엄청 낙후되어 있구나 라는 현실만 알게 해주었을 뿐 사실 마니아가 아닌 저로선 뭐랄까... 미안한 말씀이지만 전 어떤 장르문학이든 한국작품은 안 읽거든요. 추리도 SF도 환상문학도. 아니, 기본적으로 문학에 흥미를 잃은 상태지만 읽는다면 국내 작품은 읽지 않아요. 한국인이 주인공인 작품은 그냥 싫어서 말입니다. 저번에 뭐더라 국내 무슨 노벨이라고 하던가? 한번 읽었다가 차고 넘치는 일본어체 표현에 학을 떼고 손을 놓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앞으로 많이 발전하길 바라요.

전체적인 감상은... 장르잡지답게 흥미가 없는 이에겐 좀 지루할 수 있겠단 느낌 조금 더 쉽게 접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옛날에 옛날에 복잡하지 않았던 아동SF 전집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서 맹렬히 SF소설을 읽고 싶다는 욕구를 부추겼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환상문학은 좀 취미가 아니라. <황야의 길가메시> 후편이 궁금해서라도 다음 호 사야겠네요. 흐흣
by 이사유 | 2008/04/23 12:00 | └特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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